중랑구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설계한 조주현 대표건축가 인터뷰

“머물 수 있는 장소이자 길의 연장, 연속적 보이드 공간의 시퀀스를 만들다”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충분한 예산 책정과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건축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할 것”

소파 방정환 선생의 교육철학을 오롯이 담아낸 건축물이 중랑구 망우로 325에 들어섰다.

지난 5월에 개관한 중랑구 방정환교육지원센터는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1,813㎡ 규모를 자랑한다. 총 8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건축물은 학생들을 지원하는 학교 연계 프로그램, 진로·진학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 등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적화된 교육지원시설로 손색이 없다. 지상층 내부는 북카페와 휴게공간, 학습상담실과 교육복지센터, 자기주도학습실, 프로그램실, 다목적실 등으로 두루 구성되며, 지하층에는 메이커스페이스를 비롯해 1인 방송실 등을 갖추고 있어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하는 제안하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는 중랑구의 교육인프라 확보에 대한 구청의 의지가 담긴 사업으로 설계경기공모로 진행되었다, 특별히 망우리 공원에 잠들어계신 어린이 운동의 선구자인 방정환 선생에 대한 기억의 접목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대지는 망우로와 경의 중앙선 사이에 위치하고 좌측으로는 지하차도, 우측으로는 소공원을 마주하고 있어 마치 도시 안의 작은 섬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조주현 건축가는 대지에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을 “뒤로는 철도로 인한 단절과 소음, 앞으로는 40m 대로가 만들어내는 도심의 번잡함, 좌측으로는 지하차도 진입구와 인접해 있어 편안하지 못한 보행환경으로 대지 우측의 소공원을 제외하고는 보행자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적대적인 요소로 둘러싸인 느낌이었다”고 회상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대지를 해석하고 건물의 주요한 콘셉트와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머물 수 있는 장소’로 제안했다.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건축가는 기존 도시의 위계를 살짝 벗어난 장소가 필요했고 2층의 북카페와 연계한 이야기마당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도시로 열려있는 공간이지만 위계를 달리함으로써 장소성을 만들어 소공원과 잘 어우러지게 하고 소공원의 존재이유를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주변 도시맥락의 약간 거친 듯한 환경으로부터 건물 사용자들에게 보다 더 안락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건축물의 중심부를 외부화시켜 내부화된 외부공간을 만들어 2층의 이야기마당의 외부공간의 흐름을 최상부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조형적인 면에서 매스의 구성이라는 관점보다는 비워진 공간의 흐름에 의해서 외부 매스의 형태가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길의 연장’과 ‘연속적 보이드 공간의 시퀀스’를 만들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를 관통하는 건축적 키워드는 ‘길의 연장’과 ‘연속적 보이드 공간의 시퀀스’로 요약할 수 있다. 망우로의 횡단보도로부터 이어지는 동선의 흐름은 전면계단을 통해 2층의 북카페 및 이야기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2층의 이야기마당은 공원을 향해 열린 개방적 공공공간으로서 북카페와 연계되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민에게 내어준 공간으로서 끊임없는 트래픽 속에서 잠시 멈출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또한 소공원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서 기존 도시 조직과 물리적, 감성적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현상공모 당선 시 3, 4, 5층의 중간부 볼륨은 유리커튼월로 디자인했으나 본 설계 진행 과정에서 개구부의 비율을 줄이고 솔리드한 매스에 전면에 수직 루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발주처에서는 오히려 원 디자인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였지만, 설계자 입장에서 유리커튼월에 대한 설계안을 변경할 것을 권유하여 현재의 디자인으로 확정된 셈이다.

건축가는 공공건축물로서의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현실적 문제와 더불어 볼륨의 사이즈와 내부 프로그램, 가구 배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커튼월 디자인을 유지할 경우 예상 가능한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솔리드한 매스에 적절한 창면적 비율을 가지면서 남측면 파사드 외부에 수직 루버를 적용하여 이중외피를 구성하는 것이 친환경적으로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수직 루버를 설치하기 전의 내부 환경과 수직 루버 설치 후의 내부 환경을 체감하였을 때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건축가 조주현은 속내를 밝힌다.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수직 루버는 중랑구의 상징색인 녹색을 기본으로 3가지의 톤으로 조절하여 변화감을 주면서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각 층별로 각도를 조절하여 입면의 깊이감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한 참신한 시도로 읽혀진다.

방정환교육지원센터는 각 층별로 체험학습공간, 업무공간, 학습공간, 다목적 공간 등 적용된 프로그램에 따라 운영된다. 조주현 건축가는 “가장 관심이 있는 2층의 북카페와 이야기마당이 설계 의도대로 시민에게 열린, 시민을 위해 내어준 공간으로서 주변의 보행자들이 편하게 이용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소공원 등 기존 도시조직과의 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고 향후 건물의 공간 활용에 대해 기대감을 전한다.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충분한 예산 책정과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건축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할 것”

“제한된 면적에 다양한 운영 주체가 있다 보니 여러 차례의 디자인 회의를 거치면서 설계가 진행되었으나 모든 요구사항을 다 담아낼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발주처, 운영자들의 관심과 적극적 의지가 많다는 것은 설계자로서 쉽지는 않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조주현 건축가는 “공공건축물을 설계하면 항상 예산과 관련한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방정환교육지원센터의 경우 좋은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구청의 의지가 강했으므로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협의와 소통을 통해 어려우나마 비교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설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사업 진행 과정을 뒷이야기로 밝힌다.

“공공발주사업의 설계를 맡아서 진행하는 주변 동료건축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충분한 예산 책정과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건축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년 사십년 앞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벽면에 새겨진 글귀처럼 망우리공원에 깃들어 있는 방정환교육지원센터에는 방정한 선생의 ‘희망과 내일을 위해 어린이를 다 같이 잘 키우자’는 숭고한 뜻을 기리며, 진로‧진학, 학부모 교육, 자기주도학습, 평생교육, 진로직업체험 등 학교 밖의 교육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교육센터로 거듭나고 있다.